판소리 감상법: 다섯 바탕 줄거리, 소리·아니리·발림, 고수와 추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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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한 사람의 소리꾼이 북 하나의 반주로 몇 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혼자 풀어내는 공연입니다. 처음 들으면 사투리 섞인 옛말과 긴 호흡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만, 구조와 감상 포인트를 알고 들으면 이만큼 재미있는 공연도 드뭅니다. 처음 판소리를 접하는 분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판소리의 세 가지 요소

  • 소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 노래 부분입니다.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은 대부분 소리로 표현됩니다.
  • 아니리: 장단 없이 말하듯 이야기를 이어 가는 부분입니다. 줄거리를 설명하고, 관객을 웃기기도 하며, 소리꾼이 숨을 고르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아니리를 할 때 고수는 보통 북을 치지 않습니다.
  • 발림: 소리꾼이 부채와 몸짓으로 장면을 그려 보이는 동작입니다. 너름새라고도 합니다.

고수와 추임새

북을 치는 사람을 고수라고 합니다. 고수는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장단으로 소리꾼의 호흡을 받쳐 주고, 소리꾼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 주는 상대역입니다. 고수가 얼씨구, 좋다, 그렇지 같은 말을 넣는 것을 추임새라고 하는데, 이는 소리꾼의 흥을 돋우는 동시에 장면을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판소리 공연에서는 관객도 추임새를 넣을 수 있습니다. 좋은 대목이 끝나거나 소리가 한껏 올라갔을 때 얼씨구, 잘한다 하고 짧게 외치면 됩니다. 처음이라면 주변 관객이 넣는 타이밍을 따라 해 보세요. 소리가 이어지는 도중에 길게 외치기보다는 한 대목이 맺어지는 자리에 짧게 넣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섯 바탕 한눈에 보기

지금까지 온전히 전해지는 판소리는 다섯 작품이며, 이를 다섯 바탕(다섯 마당)이라고 부릅니다.
  1. 춘향가: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변학도의 수청 강요와 암행어사 출두까지. 사랑가, 이별가, 쑥대머리 같은 대목이 유명합니다.
  2. 심청가: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이야기. 슬픈 대목이 많아 소리꾼의 표현력을 가늠하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3. 흥보가: 착한 흥보와 욕심 많은 놀보 형제 이야기. 해학이 넘쳐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됩니다. 박타령 대목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4. 수궁가: 용왕의 병을 고치려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간 자라와 꾀 많은 토끼의 이야기. 동물이 주인공이라 우화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5. 적벽가: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판소리로 옮긴 작품입니다. 전쟁 장면의 웅장함과 병사들의 신세 한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완창과 눈대목

한 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을 완창이라고 합니다. 작품과 유파에 따라 길이가 다르지만, 완창은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처음이라면 유명한 장면만 골라 부르는 눈대목 공연이나, 공연 전에 짧게 부르는 단가부터 들어 보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같은 작품, 다른 소리: 유파(제)

판소리는 스승에게서 제자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같은 춘향가라도 계보에 따라 사설과 선율이 다릅니다. 이 계보를 제(制) 또는 바디라고 부릅니다. 판소리에 익숙해지면 같은 대목을 여러 소리꾼의 음원으로 비교해 듣는 재미가 생깁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는 1964년 국가무형유산(당시 중요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되었고, 2003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걸작 제도가 대표목록으로 통합되면서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랐습니다.

입문자에게 권하는 감상 순서

  1. 흥보가의 박타령이나 수궁가의 토끼 대목처럼 해학이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2. 춘향가의 사랑가처럼 귀에 익은 대목을 여러 소리꾼의 음원으로 비교해 들어 봅니다.
  3. 심청가의 슬픈 대목처럼 느린 장단의 소리를 들으며 소리꾼의 표현력에 집중해 봅니다.
  4. 익숙해지면 한 바탕을 여러 번에 나눠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봅니다. 줄거리의 흐름 속에서 들으면 눈대목의 감동이 더 커집니다.

처음 감상할 때 팁

  • 사설(가사)을 미리 읽어 두거나, 자막이 나오는 공연과 영상을 고르세요.
  • 줄거리를 알고 들으면 아니리의 농담이 훨씬 잘 들립니다.
  • 소리꾼의 목이 거칠게 갈라지는 소리(수리성)도 판소리에서는 중요한 표현입니다. 깨끗한 소리만이 좋은 소리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들어 보세요.
소리꾼마다 목소리의 결이 다르다는 점도 감상의 즐거움입니다. 맑고 고운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거칠고 힘 있는 소리에 끌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 소리꾼을 들어 보며 내 귀에 맞는 소리를 찾아보세요. 판소리의 지정 정보는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등재 내용은 유네스코 무형유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바탕이나 처음 듣는 분께 권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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