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준비물 총정리: 장지·순지, 교반수(아교·백반), 분채·봉채, 붓
TUREFF• •0
민화를 시작하려고 재료를 찾아보면 장지, 순지, 교반수, 분채, 봉채, 호분처럼 처음 듣는 이름이 쏟아집니다. 서양 수채화 재료와 비슷해 보이지만 쓰는 법이 달라, 재료를 이해하지 못하면 색이 번지거나 종이가 울어 버리기 쉽습니다. 처음 민화를 시작하는 분이 알아야 할 기본 재료를 정리했습니다. 브랜드나 가격보다 재료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종이: 장지와 순지
민화는 주로 한지에 그립니다.
- 장지: 두께감이 있는 한지로, 여러 번 덧칠해도 잘 버팁니다. 채색을 겹겹이 올리는 민화에 많이 쓰여 입문 수업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 순지: 얇은 한지로, 아래에 밑그림을 대고 비춰 보며 선을 따라 그리기 좋습니다. 얇은 만큼 물을 많이 쓰면 쉽게 울기 때문에 다루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같은 이름이라도 제조처에 따라 두께와 질감이 다르니, 처음에는 수업에서 쓰는 종이를 그대로 쓰는 것이 편합니다. 종이가 마음에 들면 같은 종류로 여러 장을 마련해 두세요. 종이가 바뀌면 물감 먹는 정도도 바뀝니다.
교반수: 아교와 백반
한지는 그대로 칠하면 물감이 번집니다. 그래서 채색 전에 종이에 교반수를 바릅니다.
- 아교: 동물성 접착제로, 물감 입자를 종이에 붙잡아 두고 번짐을 줄여 줍니다. 물감을 갤 때도 씁니다.
- 백반: 아교와 함께 섞어 종이의 번짐을 줄이고 표면을 정돈합니다.
- 아교와 백반을 물에 중탕해 녹인 뒤 넓적한 붓으로 종이에 고르게 바르고 말립니다.
배합 비율은 선생님과 교재마다 조금씩 다르고, 계절에 따라 아교가 굳는 정도도 달라집니다. 너무 진하면 종이가 뻣뻣해지고 색이 겉돌며, 너무 묽으면 번짐을 막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교반수 처리가 된 종이를 쓰거나 수업에서 비율을 배워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감: 분채와 봉채, 호분
- 분채: 작은 접시에 담긴 안료로, 물 묻힌 붓으로 풀어 씁니다. 발색이 맑고 색을 섞기 쉬워 입문용으로 많이 씁니다. 접착력이 약하다고 느껴지면 아교를 조금 더해 쓰기도 합니다.
- 봉채: 막대 모양으로 굳힌 안료로, 먹처럼 물을 조금 붓고 갈아서 씁니다. 은은하고 깊은 색을 낼 때 씁니다.
- 호분: 조개껍데기 등을 원료로 한 흰색 안료로, 흰 꽃잎이나 밝은 부분, 색을 탁하게 눌러 부드럽게 만들 때 씁니다. 가루라면 아교로 곱게 개어 쓰는데, 덩어리가 남지 않게 충분히 개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 밖에 광물을 갈아 만든 석채, 튜브에 담긴 수간 안료 등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채 기본색에 호분과 먹 정도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붓
- 세필: 가는 선과 작은 면을 칠하는 붓입니다. 먹선과 세부 묘사에 씁니다.
- 채색붓: 면을 고르게 칠하는 붓으로, 크기별로 두세 자루 있으면 편합니다.
- 바림붓: 색을 펴서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붓입니다. 색붓과 물붓을 한 자루씩 짝지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 평붓(배접·교반수용): 넓은 면에 교반수나 바탕색을 바를 때 씁니다.
붓은 쓴 뒤 물로 충분히 헹구고 모양을 정리해 말립니다. 아교가 남은 채로 굳으면 붓끝이 뭉개집니다.
재료 관리와 보관
- 아교: 물에 불려 녹인 아교는 시간이 지나면 상해서 냄새가 나고 접착력이 떨어집니다. 쓸 만큼만 녹이고, 남은 것은 냉장 보관하며 오래 두지 않습니다.
- 물감 접시: 분채 접시는 쓰고 난 뒤 뚜껑을 덮어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합니다. 색이 섞여 탁해졌다면 윗면을 물붓으로 살짝 닦아 냅니다.
- 종이: 한지는 습기를 잘 먹습니다. 접지 말고 평평하게 두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합니다.
- 붓: 붓끝이 아래로 향하게 걸어 말리면 물이 붓대 속으로 스며들지 않습니다. 말린 뒤에는 붓끝이 눌리지 않게 보관합니다.
그 밖에 있으면 좋은 것
- 먹과 벼루(또는 먹물), 물감 개는 흰 접시 여러 개
- 물통 두 개(헹굼용과 깨끗한 물용)
- 밑그림을 비춰 보는 라이트박스나 밝은 창
- 종이를 고정할 마스킹테이프, 문진
- 아교를 중탕할 작은 용기
재료는 같은 이름이라도 만든 곳에 따라 발색과 입자가 다릅니다. 색을 하나 새로 들였다면 작품에 바로 쓰기 전에 자투리 종이에 칠해 보고, 마른 뒤의 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젖었을 때와 말랐을 때 색이 꽤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부터 재료를 모두 갖추기보다 수업에서 쓰는 재료를 써 보고 손에 맞는 것을 하나씩 늘리는 편이 낭비가 적습니다. 아교처럼 상하기 쉬운 재료는 보관법을 꼭 확인하세요. 써 보고 좋았던 재료 조합이나 재료 때문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